달가닥거리는 어느 날
저 언덕도로에서부터 기분 좋은 햇살을 머금은 채로
달달거리며 내려오는 소리가 또 들려온다.
늘 같은 시간 마다 들려오는 정겨운 소리.
빨간색 오토바이가 달가닥거리며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
괜히 설렌다. 누군가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그리운 사람의 소식을 전해줄 편지를 가지고,
준비한 사람의 마음이 따듯하게 묻어있는 소포를 실은 채
우체부 아저씨는 함박미소를 머금으며 내려온다.
"아따.. 고생이 많구먼. 오늘은 왜 이렇게 짐이 많노?"
무심한 듯 툭 던지는 한마디에 괜스레 웃음이 난다.
지금까지 모인 수많은 편지들을 드리고,
주섬주섬 편지와 소포를 챙겨들고 나는 소심하게 한마디 전한다.
"감사합니다."
다시 먼지를 흩날리며 경사도가 높은
용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혹시나 내 것은
없나 싶어서 받은 물건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올 것이라 기대했는데 내 것이 없다.
아마도 늦게 도착하려나 보다.
그래도 내일에는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그런지 기분이 나쁘지 않다.
편지를 보내고, 소포를 받는 이 자그마한 행동들이
이렇게나 큰 행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다시 자리에 앉아서 고즈넉한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이 든다.
행여나 주소를 잘못 쓰진 않을까 싶어 한 자 한 자마다 또박또박하게 쓰고,
물건이 늦게 도착할까 싶어서 틈 날 때마다 걱정하는 보낸 이들의 마음을 말이다.
그 마음이 담겨져 있기에 소포와 편지를 받을 때 내가 행복한 것이 아닐까?
그들의 정성이 있었기에 이렇게 내가 행복한 것은 아닐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이 따듯함을 차마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이를 무심하게 대하면 예의가 아닌 것 같기에 나도 펜을 들었다.
한 줄, 한 줄 정성스레 적어나가니 뭉클함이 밀려오고
머릿속에서만 느껴지던 감사함이 온 몸을 파고든다.
베풂으로써 행복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어느 평범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