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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해부/끄적이다

달가닥거리는 어느 날

by 블라이스 2018. 3. 5.

달가닥거리는 어느 날

 

 

 



저 언덕도로에서부터 기분 좋은 햇살을 머금은 채로 

달달거리며 내려오는 소리가 또 들려온다. 

 늘 같은 시간 마다 들려오는 정겨운 소리.

 

 빨간색 오토바이가 달가닥거리며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 

괜히 설렌다. 누군가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그리운 사람의 소식을 전해줄 편지를 가지고, 

준비한 사람의 마음이 따듯하게 묻어있는 소포를 실은 채

 우체부 아저씨는 함박미소를 머금으며 내려온다.

 

"아따.. 고생이 많구먼. 오늘은 왜 이렇게 짐이 많노?"


 

 무심한 듯 툭 던지는 한마디에 괜스레 웃음이 난다. 

지금까지 모인 수많은 편지들을 드리고, 

주섬주섬 편지와 소포를 챙겨들고 나는 소심하게 한마디 전한다.

 

"감사합니다."

 

 


 

다시 먼지를 흩날리며 경사도가 높은 

언덕배기 도로를 올라가시는 아저씨, 
행여나 넘어지지 않을까 멀끔히 바라보게 된다. 
푸근한 아저씨의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용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혹시나 내 것은 

없나 싶어서 받은 물건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올 것이라 기대했는데 내 것이 없다. 

아마도 늦게 도착하려나 보다. 

그래도 내일에는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그런지 기분이 나쁘지 않다. 

편지를 보내고, 소포를 받는 이 자그마한 행동들이 

이렇게나 큰 행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다시 자리에 앉아서 고즈넉한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이 든다. 

행여나 주소를 잘못 쓰진 않을까 싶어 한 자 한 자마다 또박또박하게 쓰고, 

물건이 늦게 도착할까 싶어서 틈 날 때마다 걱정하는 보낸 이들의 마음을 말이다. 

그 마음이 담겨져 있기에 소포와 편지를 받을 때 내가 행복한 것이 아닐까? 

그들의 정성이 있었기에 이렇게 내가 행복한 것은 아닐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이 따듯함을 차마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이를 무심하게 대하면 예의가 아닌 것 같기에 나도 펜을 들었다. 

한 줄, 한 줄 정성스레 적어나가니 뭉클함이 밀려오고 

머릿속에서만 느껴지던 감사함이 온 몸을 파고든다. 

 

 

베풂으로써 행복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어느 평범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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