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이스 2018. 4. 13. 18:00

등산





 따스한 햇볕이 살갗에 닿는다. 폐를 얼어붙게 만드는 지난 겨울의 공기도 아니고, 뜨겁게 내리쬐는 기분 나쁜 햇살도 아니다. 적당히 기분 좋은 그런 산뜻한 아침. 공기를 깊게 들이마셔 본다. 맑은 공기가 코와 기관지를 적시며 흘러가면서 상쾌함이 곧장 밀려온다. 신선한 산소가 몸 안으로 물밀듯이 밀려들어오고 내 몸 구석구석에서는 생기가 넘친다. 이제 저기 보이는 계단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다. 


 얼마나 내딛었을까? 발바닥과 종아리를 거쳐 무릎을 지나 허벅지까지 기분 좋은 근육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만들어내는 적절한 자극 또한 나쁘지 않다. 이마 위로 땀이 한 방울씩 흐른다. 목덜미와 등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이런, 땀 닦을 수건이 없다는 게 조금 아쉽다. 잠시 의자에 앉아 쉰다. '내가 이만큼 올라왔구나.' 생각하면서 아래를 바라본다. 지금까지 올라왔던 길과 함께 굽이굽이 산들이 다소곳하게 펼쳐져있다. 내 옆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고 또 내려간다. 그들을 바라보며 함께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주에 기억에 남았던 일들, 또는 시시콜콜한 얘기, 또는 옛날의 기억들처럼 소소한 이야기들을 말이다.


 다시 기운을 내어 출발한다. 아까보다 금방 지치는가 싶었는데 위를 살펴보니 경사가 가파르다. 정상이 머지 않았나보다. 조금 더 힘을 내어 발걸음을 바삐 움직여본다. 점점 숨이 가빠지고 내 체력이 이 정도밖에 안되나 부끄러움이 들 때쯤 앞의 시야가 탁 트인다. 정상이다. '아! 다 왔구나.' 다시 내려가야지. 그런데 왜 올라왔지? 누군가는 그것이 거기 있기에 오른다고 했다. 이유야 어쨌든 등산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행위이다. 언젠간 나도 등산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리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