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반 친구들끼리 존댓말을 사용해서 대화를 하게 하였다. 우리 반 아이들은 대체로 운동을 잘하고 경쟁심이 높고 승부욕이 강하다. 따라서 체육시간이나 점심시간 중에 감정을 소모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심지어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얼굴을 붉으락거리며 다투는 일도 가끔씩 생긴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 아이들 대부분이 이런 모습은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여기기에 이르렀다.
지난주에 <체육 시간에 생기는 다툼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토의를 하였다. 그 결과, 아이들의 가장 열렬한 성화를 얻은 주장은 ‘일주일 중에 한 시간씩 속상했던 일, 서운한 일 등을 반 친구들 앞에서 말하며 쌓였던 응어리를 푸는 시간을 가지자.’였다. 아이들이 원했던 대로 한 시간을 할애하여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한 명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2~3명 정도 얘기하면 끝이 나겠지.’라고 생각한 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많은 아이들의 자신의 마음을 친구들 앞에 내보이고 싶어 했다. 뒷담화 이야기, 비밀을 퍼뜨린 이야기, 놀린 이야기, 학교생활 중에 서러움을 토로한 이야기 등 미처 내가 알지 못한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나는 잠자코 듣고 있었지만 사실 많이 놀랐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울음을 터뜨릴 줄 몰랐고, 아이들의 가슴 속에 이렇게나 많은 울분들이 쌓여 있을 줄도 몰랐다.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이 활동은 2교시가 지나가도 끝이 날 줄은 몰랐다.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내게는 한 가지 생각이 확고해져 갔다. 이 모든 일들의 원흉은 바로 “말”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이 언어라는 훌륭한 유산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가슴에 대못을 박는 무기로 탈바꿈하여 횡포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단 한 번만이라도 말을 하기 전에 상대방을 생각했더라면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터인데 이를 간과하고 말을 내뱉는 사실에 슬펐다. 아니, 오히려 죄책감이 들었다. 내 잘못인 것 같아서이다.
이윽고 나는 큰 결단을 내렸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생각들을 말하고 앞으로 친구들과 대화할 때에 존댓말을 쓰도록 하였다. 이제부터 우리 반은 모두가 존댓말을 사용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우리 반은 어떻게 변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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