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17.02.13)

작별

마침내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1년 동안 함께했던 아이들과 헤어지려니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다.

나와 재작년에 함께 지냈던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와서 새로이 올해를 시작하기는 사실 쉽지 않았다. 나의 수업방식이나 생활지도도 몇 몇 아이들에게는 익숙하거니와 특히 3월초 학급분위기를 잡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탈하게 일 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이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날들과 추억도 많았고, 속앓이를 한 적도 많았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부족한 날 믿고 따라 와준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지금 나는 한 명, 한 명을 찬찬히 살펴보며 아이들의 얼굴을 찬찬히 그리고 또렷하게 새긴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5학년 3반의 마지막 하루이기 때문이다.

믿음직하고, 모든 일에 열심히 임하며 우리 반을 잘 이끌어준 다연이.

항상 시끄러워 귀가 아프지만 인사성이 밝고 마음이 예쁜 민정이.

아이들이 때로는 남자라고 말하지만 선생님 눈에는 참하고 완전 여자여자스러운 대희.

누구와도 잘 지내고 항상 밝아서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민지.

동그란 안경이 잘 어울리고 조곤조곤하게 말하며 그림도 잘 그리는 은송이.

똑부러지고, 지적이고, 논리적이고 가끔씩은 놀랄 때가 있는 아이지만, 앞으로는 남들을 더욱 배려하며 살았으면 하는 우리 정연이.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변화해서 보기 좋다만 예전의 4학년 때의 모습이 가끔씩은 그리운 정은이.

항상 책을 열심히 읽고 마음이 여리고 순수한 윤정이.

밝고, 항상 깔깔깔 거리며 웃고, 한 듯 안 한 듯하지만 똑부러지는 주은이.

오지랖이 넓을 때도 있지만, 사랑스럽고 밝고 씩씩한 소이.

배려심 넘치고 친구들과 선생님도 잘 도와주는 우리 반의 천사 같은 수빈이.

방탄에 푹 빠져있지만 아주 매력적이고 톡톡 튀는 개성이 넘치는 가은이.

조용하지만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할 줄 알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잘 해줘서 예쁜 혜인이.

그리고 싱글벙글 운동소녀 지금은 우리 교실에 없는 유라.

한 번씩 반말을 툭툭 내뱉을 때도 있지만 마음만은 착하고 행동도 바른 동현이.

점점 기어오르는 것 같이 느껴지지만 공부도 열심히, 운동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은 민규.

온순하고, 예의바르고, 책임감 있게 자신의 일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두루두루 잘 지내는 수환이.

재미있는 말로 수업의 분위기를 띄어주는, 그러나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입 좀 다물었으면 훨씬 멋질 예준이.

운동이면 운동, 노래면 노래, 못하는게 없는 만능엔터테이너 승현이.

일 년 동안 선생님과 친구들하고 잘 지내준 지훈이. 지훈아, 앞으로도 친구들 잘 배려하고, 학교 밖에서도 욕설 사용을 자제하고, 신경질 내기보다는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면 더 바랄께 없구나.

맨날 딴 짓 하고, 시키는 것도 안하지만 언제나 매력적인 눈웃음으로 미움을 사라지게 만드는 승준이.

아주 엉뚱하고, 괴상한 질문을 해서 힘들기도 했지만 정말로 순수하고 착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제우.

성적도 쑥쑥 오르고 얼굴도 잘생긴 원석이... 앞으로도 더욱 멋진모습 기대할께^^

우리반 최고의 사나이. 공부든 운동이든 뭐 하나 빠지는 것 없고 심지어 인성마저 발라서 아들이 태어난다면 이런 아이면 좋겠다 싶은 재형이.

공부는 아주 쪼금 부족하지만 선생님은 네가 있어 2년 동안 행복했단다 성철아^^ 고맙다! 6학년에는 열심히 하자.

마지막, 전학 온 은영이. 우리 학교에 적응을 잘 해줘서 진짜 고맙고, 선생님은 선생님의 목소리를 쫑긋 귀를 기울여 듣고, 선생님 눈을 떼지 못하는 너의 눈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구나.

돌이켜보면 너희들은 한 명 한명이 보석 같은 아이였단다. 너희들과 함께했던 일 년이 꿈만 같구나.

내년에도 선생님 잊지 말고  꿈을 위해 더욱 노력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선생님도 너희를 잊지 못할테니 말이다.

잘 가라~ 5학년 3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