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소짓게 하는/교단일기57 언어(17.07.07) 언어 반 친구들끼리 존댓말을 사용해서 대화를 하게 하였다. 우리 반 아이들은 대체로 운동을 잘하고 경쟁심이 높고 승부욕이 강하다. 따라서 체육시간이나 점심시간 중에 감정을 소모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심지어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얼굴을 붉으락거리며 다투는 일도 가끔씩 생긴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 아이들 대부분이 이런 모습은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여기기에 이르렀다. 지난주에 라는 주제로 토의를 하였다. 그 결과, 아이들의 가장 열렬한 성화를 얻은 주장은 ‘일주일 중에 한 시간씩 속상했던 일, 서운한 일 등을 반 친구들 앞에서 말하며 쌓였던 응어리를 푸는 시간을 가지자.’였다. 아이들이 원했던 대로 한 시간을 할애하여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한 명 한 명씩 앞으.. 2018. 8. 8. 나는 나비 뮤직비디오(17.06.16) 나는 나비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일이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여기면서 열심히 만들어 준 아이들이 무척이나 고맙다.뭐든지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기에 그 마음에 부응하고 싶다는 생각이 참으로 많이 드는 올해이다. 2018. 8. 6. 봄날(17.04.11) 봄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이들의 일기를 읽고 있었다. 은지의 일기장을 확인할 차례가 왔는데 지난번에 제출했던 은지의 일기가 또렷하게 기억이 나서 내심 기대가 되었다. 경험이 일어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했었고, 그 속에서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신선하고, 솔직하게 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쓴 일기는 시 한 편이었다. 그런데 이 시도 내 마음을 두드렸다. 시는 다음과 같다. 이은지 항상 봄이면 찾아오는 행복 바로 꽃 그렇게 작은 몸을 가지고 있지만행복은 우주만 하다 꽃잎은 다 떨어졌지만행복은 떨어지지 않는다 꽃이 사라져도 두려움에 맞서 이기고잠들었다가 다시 봄에 찾아온다. 꽃이 피고 짐을 행복으로 묘사한 은지의 시.내게 강렬하게 다가오면서도 찬탄할 수밖에 없는 시였다.이 시를 놓치기 아까워서 부랴부.. 2018. 8. 1. 2017학년도 시작(17.03.08) 2017학년도 시작 올해의 나는 작년의 교실을 그대로 사용한다. 교실 안의 물건은 그대로 놓여 있고, 교실의 풍경은 변함이 없는데 낯선 아이들로 채워진 교실을 보니 비로소 새 학기가 시작했음을 느낀다. 이번 아이들은 여느 5학년과 조금 다르다. 대개 5학년들은 교가를 부르거나 발표를 하는 것을 꺼려하는데 얘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앞 다투어 발표를 하려고 손을 들고, 교실이 떠나가도록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그네들의 가장 신기한 모습은 바로 역할극이다. 국어 수업을 하는데 계속 역할극을 하자고 내게 부탁을 한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원한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 마침 공부하고 있던 글이 옹고집전이라서 흔쾌히 허락을 하고 10분 동안 준비할 시간을 주었다. 아이들.. 2018. 7. 27. 작별(17.02.13) 작별 마침내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1년 동안 함께했던 아이들과 헤어지려니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다.나와 재작년에 함께 지냈던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와서 새로이 올해를 시작하기는 사실 쉽지 않았다. 나의 수업방식이나 생활지도도 몇 몇 아이들에게는 익숙하거니와 특히 3월초 학급분위기를 잡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탈하게 일 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이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날들과 추억도 많았고, 속앓이를 한 적도 많았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부족한 날 믿고 따라 와준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지금 나는 한 명, 한 명을 찬찬히 살펴보며 아이들의 얼굴을 찬찬히 그리고 또렷하게 새긴다.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5학년 3반의 마지막 하루이기 때문이다. 믿음직하고, 모.. 2018. 7. 22. 겨울방학 개학(17.01.23) 겨울방학 개학 한 달 간의 겨울방학도 무사히 보내고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잠시 못 본 한 달 새에도 키가 컸는지 낯설기도 하지만 하는 행동들을 보니 역시나 우리 반 아이들이다. 간만에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데도 머리도 안 감고 와서 붕 뜨거나 떡진 머리를 한 아이들도 있다. 은근슬쩍 다가가서 바빠도 머리는 감고 다니라고 말해 주기는 하는데 일 년이 지나도 고쳐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해마다 한 명쯤 생기기를 바라는 개학날을 모르고 등교하지 않는 아이도 있다. 9시가 다 되어가도 오지를 않으니 부랴부랴 전화를 해 보았다. 역시나 등교할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이렇게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개학날이다. 방학 동안 일반적인 과제(일기쓰기, EBS 시청)를 제외하.. 2018. 7. 22. 카드만들기(16.12.24) 카드만들기 성탄절을 앞두고 마지막 시간에 아이들과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었다.창 밖에서는 눈이 내리다가 그치기를 반복하고,다른 반에서는 트리꾸미기도 한다고 저들끼리 소곤거린다.그러니 정말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이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어주고 싶어 캐럴을 틀어주었다.캐럴이 교실에 울려 퍼지자 아이들은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며 카드를 만든다.저마다 카드를 주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며 열심히 만드는데엉뚱하게도 자기 자신에게 쓰거나, 산타클로스에게 쓰는 아이들도 있었다.‘누구에게 쓴들 어떠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지.’라고 생각하며 마음껏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오늘은 특별하게 인사를 ‘메리 크리스마스~’로 하였다.아이들이 왠지 더 설레어 보인다.눈빛에도.. 2018. 7. 9. 일기(16.12.14) 일기 평소 아이들의 일기장을 검사하다가 예쁜 표현이 나오거나 진솔한 감정이 드러나는 일기가 있으면 옮겨 적어 놓는다. 몇 주가 지난 뒤에, 수업을 하다가 일찍 마쳐서 잠시 시간이 남을 때면 슬그머니 한글 문서창을 켠다. 그리곤 옮겨 놓았던 일기를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타이핑을 한다. 화면에 한 줄씩 나타나면 아이들은 어느새 집중해서 일기를 읽고 있다. 소리 내어 따라 읽는 아이들도 있고, 누가 쓴 일기인지 찾느라 분주한 아이들도 있다. 자신의 일기임을 직감한 아이들의 표정도 가지각색이다. 주변의 물건들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아이도 있는가 하면 당당하게 내 일기라고 밝히는 아이들도 있고 체념한 듯이 내 눈을 바라보는 아이도 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했는데 이제는 자기의 일기가 나오면 자랑스러운가 보다. .. 2018. 7. 6. 스포츠클럽대회 참가(16.12.07) 스포츠클럽대회 참가 학기말 평가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린 우리 반 아이들. 학교에 체육관이 없어서 흙먼지를 마시며 연습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데도 불평 없이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웠다. 시합 날이 가까워올수록 겉으론 내색하지 않아도 일기장 곳곳에서 그들의 걱정하는 마음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배드민턴 대회에 참가하였다. 사실 11월이 되어서 뒤늦게 부랴부랴 아이들을 모으고 대회에 참가한 턱에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한 다른 학교 학생들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과는 다소 아쉬웠지만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웃기면서도 기특하였다. 오늘의 경험도 너희들에게 값진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2018. 7. 5. 미워할 수 없는 아이들(16.11.09) 미워할 수 없는 아이들 미술 시간에 궁체 쓰기를 한창 하고 있던 우리 반 아이들. 작년에도 분명히 미술 시간에 했던 서예인데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모르는 게 많은지 쏟아지는 아이들 질문에 대답해주랴, 아이들의 활동을 살펴보랴, 게다가 종이를 나눠주기까지 해야 하니 숨 돌릴 틈새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그때였다. 교실 저편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나더니 잠시 뒤에 회장이 다가와서 "선생님 먹물 쏟았습니다." 먹물 쏟는 일이야 서예 시간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지레짐작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슬그머니 걱정이 들어 혹시나 싶어서 살펴봤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 일이 아니었다. 일의 전말은 앞자리에 앉은 아이 한 명이 벼루를 들었는데 그만 먹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뒷자리에 앉은 회장의 가방, 옷, 걸어놓은.. 2018. 7. 2. 이전 1 2 3 4 ···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