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함
밥을 먹은 뒤에 카드로 결제를 하면 서명을 하게 된다.
나는 직원이 서명을 부탁하기도 전에 이미 펜을 들고 서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화를 걸 때 상대방이 통화중이면
충분히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 다시 전화를 걸면 되는데
그새를 못 참고 전화기를 붙잡고 연속으로 전화를 걸고 있다.
돌이켜보면 급한 일도 아닌데 언제나
통화 중일 때 나는 소리’를 듣는다.
대화를 할 때 내가 알고 있는 것이나 이해 한 것에 대하여
상대방이 얘기를 할 때면
무의식적으로 “네, 알겠습니다.”로 말을 자르는 경우가 있다.
또 상대방의 말을 빨리 끝마치게 하려고
상대방의 말을 예상해서 내가 먼저 말을 해버리는 경우도 가끔씩 있다.
또한 책을 읽을 때에도
또 다른 나와 경쟁하듯이 빠르게 읽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물론 속독에도 장점이 있겠지만,
충분히 생각할 거리들을 대충대충 읽고 넘어감으로서
그 책의 묘미를 잃어버릴 때도 있다.
책을 읽는 것 그 자체도 목적이 될 수 있지만
가끔씩은 내 자신이 아쉽다.
물을 컵에 따르다가 쏟거나,
묶여있는 무언가를 풀다가 더 꼬이게 만들기도 하는 것처럼
어떤 행동을 할 때도 마음을 차분하게 가지고 느긋하게 행동하면 되는데
굳이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칠 때도 있다.
그렇다. 나는 성격이 급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다르다.
조급하게 서두른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도 없다. 다만 서투름만이 남을 뿐이다.
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기다림과 여유로움이 몸에 배여야 한다.
기다림의 미학이 내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