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리더는 예나 지금이나 힘들고 어렵다. 일을 추진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따르며 리더의 선택에 따라 조직의 생사가 판가름 난다. 큰 조직이건 작은 조직이건 리더는 분명 존재하고 지금도 많은 리더들은 무수한 고민을 하고 있다. 15세기 이탈리아에도 군주(리더)의 통치에 관한 지침을 제시하고 국가의 큰 그림을 그리는 사상가가 있었다. 그가 바로 마키아밸리, 『군주론』의 저자이다.
사실 『군주론』은 일종의 자기소개서이다. 당시 피렌체 정권을 잡은 메디치 가문에게 잘 보여 한자리라도 차지해보고자 군주에게 헌정한 책인데 결국 책으로 마음을 돌리지 못해 취직에는 실패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의 『군주론』은 많은 논란거리를 만들며 지금까지 읽히고 있다. 『군주론』은 군주국이란 무엇이고, 어떤 유형들이 있으며, 어떻게 군주국을 획득하고 유지할 수 있는가 그리고 왜 잃게 되는가의 문제를 논한 책이다. 마키아밸리가 사회과학의 아버지, 정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만큼,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그런 모습들이 잘 드러나고 있다. 특히 15장부터 나타나는 군주의 처신에 관한 부분들은 아주 인상 깊었는데 인간의 심리를 놀라운 통찰력으로 날카롭게 꿰뚫어 파헤치는 부분이 이 책의 백미이다.
(15장) 군주가 칭송받거나 비난받는 일들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중략) 따라서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군주는
상황의 필요에 따라서 선하지 않을 수 있는 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16장) 관후함과 인색함
인색하다는 평판을 듣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야 합니다.
인색함이야말로 통치를 가능하도록 하는 악덕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17장) 잔인함과 인자함, 그리고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 중 어느 편이 더 나은가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 중에서 둘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저는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현명한 군주는 자신을 두려운 존재로 만들되
비록 사랑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미움을 받는 일은 피하도록 해야 합니다.
(18장) 군주는 어디까지 약속을 지켜야 하는가
군주는 위에서 언급한 모든 성품(선한 것으로 분류된 성품)을 실제로 갖출 필요는 없지만,
갖춘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19장) 경멸과 미움은 어떻게 피해야 하는가
군주는 미움을 받는 일은 타인에게 떠넘기고
인기를 얻는 일은 자신이 친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와 같이 일반적인 도덕관념을 부정해버리고, 사자의 힘과 여우의 꾀로 정치를 하는 마키아밸리의 생각들은 많은 논란거리를 불러일으킬 만 했다. 오해의 소지가 큰 위험한 주장을 펼치고 있긴 하지만 15세기 이탈리아의 현실을 살펴보면 그의 생각들이 절로 수긍된다. 영토 방방곡곡은 이방인들이 지배하고 있고 백성들은 고통 속에 살고 있으며 조국 통일과 해방을 위해 뛰어난 역량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한 당시의 현실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군주가 필요하다. 마키아밸리는 범람하는 운명 속에서 준비된 자만이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오늘날도 정세가 숨 가쁘게 변화한다. 현재와 곧 다가올 시대와 상황을 잘 살피고 거기에 부합할 수 있는 처신을 한다면 나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마키아밸리가 제안하는 역량을 키우는 방법과 운명에 대처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처세술이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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