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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밤, 비/The Great Book

안티고네

by 블라이스 2018. 6. 28.

2018/06/25 - [겨울, 밤, 비/The Great Book] - 오이디푸스 왕

2018/06/25 - [겨울, 밤, 비/The Great Book] -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삼성판 세계문학전집




 <안티고네>는 그리스 3대 비극작가 중 소포클레스의 작품이다.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가 왕권을 놓고 다투다가 서로가 서로의 칼에 찔려 죽는다. 그리하여 안티고네의 외삼촌인 크레온이 왕이 되는데, 왕 크레온은 반란을 일으켜 조국을 파멸시킨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는 매장을 허락하지 않으며 이를 어길 시에는 죽음의 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포고를 내린다. 그러나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가 왕의 명령을 어기고 죽은 오빠를 땅에 몰래 묻어주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주된 이야기는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립이다. 즉, 신의 법(양심)을 우위에 둔 안티고네와 국가의 법을 우위에 둔 크레온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다. 그리스에서는 죽은 자를 매장하지 않거나 최소한 흙이라도 덮어 주지 않으면 그 영혼이 지하세계로 들어갈 수 없다고 믿었다. 따라서 시체를 방치한 채 동물의 밥이 되게 하는 것은 신의 법을 어기는 것이다. 안티고네의 행동은 신의 법에 따라 죽은 사람에게 마땅히 베풀어 줘야 할 최소한의 의식을 행하려고 하는 것이다. 반면에 크레온의 입장은 다르다. 추방당한 폴리네이케스는 조국에 쳐들어와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조상신들의 성전을 공격하려 한 반역자이므로 그에게 나라를 지킨 에테오클레스와 같은 충성스런 백성의 예우를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많은 사람들은 안티고네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는 강한 의지, 격정적인 운명 속에 휘말려 벅찬 투쟁과 고난 속에서도 자유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크나큰 감동을 받고 교훈을 얻는다. 하지만 나는 안티고네를 읽으면 읽을수록 크레온에게 관심이 갔다. 크레온은 일국의 통치자로서 사사로운 우정보다는 백성의 안녕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입장이다. 단연코 국가에 반란으로 말미암아 칼을 들이댄 자가 있다면 엄중한 처벌로 본보기를 삼아야 할 것이다. 그가 취한 행동이 개인의 부당한 사익을 채우는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크레온이 보여주는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주변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더라면 이러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크레온의 잘못은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여기고 어느 누구의 말도 심지어 아들인 하이몬의 간곡한 말마저 들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죽은 자를 다시 한 번 더 죽인다고 새로운 영광을 얻을 수가 없다. 지혜로운 이들의 말을 받아들여 죽은 자에게 아량을 베풀었다면 더욱 더 완벽한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함으로써 안티고네의 약혼자이자 아들인 하이몬, 더 나아가 자신의 아내인 에우뤼디케까지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그제야 자신의 행동이 잘못 되었음을 알게 되고 신들의 법은 불가항력적이며 이를 섬겨야 함을 받아들인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크레온은 그에 따른 대가를 엄중히 받아야만 했다. 자신과 가족에 대한 위로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죽음의 길 밖에 없다면서 담담히 들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억눌린 슬픔이 느껴졌다.


 이성에 절대 굴복치 않는 이성은 이성이 아니다. 사나운 물결에 굽히는 나무는 그것이 굽혔기 때문에 가지들이 무사하지만 고집 센 나무는 뿌리고 가지고 할 것 없이 모두 뽑혀버리고 만다. (중략) 사람이 천성적으로 올바를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그렇다면 우린 바른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에게서 배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이 아닐까? - 하이몬의 대사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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