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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해부/끄적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되었다

by 블라이스 2018. 10. 8.

그렇게 아버지가 되었다





 아버지가 된다는 걸 처음 알게 된 순간에 어떤 느낌이 들지 생각해 보았다.


 영화, 드라마 속에서 본 남자들은 두 손을 번쩍 들고 큰 환호성을 치고, 아내를 번쩍 들어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며 아내를 부둥켜안았다. 나도 그 순간이 오면 막연히 그럴 줄만 알았다. 그랬던 내게 그 날이 문득 다가왔다.


 10월 7일.

아내가 내게 임신테스트기를 건넨 날이다. 그 동안 수차례 임신테스트기를 봤지만 항상 한 줄 뿐이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흐릿하지만 두 줄이 보였다. 너무 흐릿해서 긴가민가했지만 분명한 두 줄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빠가 되었다.

 

 막상 이 순간이 오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처럼 해야 할까? 내 아내는 자기를 번쩍 들어 올리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꼭 이렇게 해야 하나 싶었다. 우선 임신테스트기를 햇빛에 비추어 보며 물었다. "정말 두 줄이 맞는 걸까?" 다시 한 번 더 햇빛에 비추어 보며 임테기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영락없이 두 줄이다. 그제야 아내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내가 참으로 고마웠고, 사랑스러웠다.' 이었다.


 새로운 생명이 만들어지는 기적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나다니 참으로 신기했다. 이런 일을 우리가 했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웠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의도치 않게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야 하는 우리 아이가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며, 즐겁게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내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내가 자식을 잘 키울 수 있을까 라는 불안과 걱정이 들기도 했다. 아이가 생기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막상 그 순간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내게 불쑥 다가왔다. 


 그래도 가장 많이 드는 기분은 '설레임과 기분 좋음으로 가슴이 뭉클해지고 혼자 피식 웃게 됨'과 '온 동네에 자랑하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이다.


P.S. 처음에는 딸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지금은 성별은 상관없으니 건강하게 태어나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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