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책상에 앉아있는데 오른쪽 손등에 검은 빛깔의 자그마한 물체가 올라가 있었다.
평소에 그런 적이 없었기에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검은색과 녹색의 줄무늬가 어우러진 모기 한 마리가 내 손등 위에 침을 꽂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손에 힘을 줄까? 아니면 다른 손으로 잡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모기는 자신의 볼일을 마치고 유유히 비행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이 상황을 그저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손을 휘둘러 봤지만 이미 놓치고 난 뒤였다.
손등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조금씩 가렵기 시작하고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제야 왼팔과 목덜미도 함께 가렵기 시작했다. 이미 나는 모기에게 세 곳의 맛있는 식사를 대접한 뒤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린 부위가 훨씬 크게 부어오르고 많이 아렸다. 특히 목은 거의 벌에 쏘인 것만큼이나 많이 부어올랐다. 슬그머니 가을 모기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가을 모기는 산란을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혈액을 흡입하고 타액을 내보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퇴근 할 때가 되어서야 소심한 복수를 자행했다. 물론 이미 교실 밖을 나갔을 수도 있지만 옆 반에서 빌린 모기약을 교실 곳곳에 무자비하게 뿌려댔다. 제 2의, 제 3의 희생자가 더 이상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목덜미는 따끔거린다. 어쩌면 모기도 끝을 향해 가는 자신의 삶을 멋지게 불태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알을 놓고 기쁘게 죽어갈 지도 모르는 모기를 향해 슬픔에 젖은 박수를 보낸다.
그래도 너무 아프다.
'내 영혼의 해부 > 끄적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머니 꿈 (1) | 2018.10.12 |
---|---|
그렇게 아버지가 되었다 (1) | 2018.10.08 |
여행을 통해 배운 것 (0) | 2018.08.24 |
2018전국초등교원체육연수 (2) | 2018.08.07 |
Annoyed (1) | 2018.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