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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밤, 비/The Great Book

월든

by 블라이스 2018. 11. 27.

월든







 통신과 교통,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1845년, 한 청년이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월든 호숫가의 숲속에 자그마한 집 한 채를 손수 지어 홀로 살기 시작했다. 그는 문명사회에서 벗어나 직접 밭을 일구고 물고기를 잡으면서 2년 2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두 팔 걷어붙이고 노동에 나섰고, 남는 시간에는 사색에 잠기거나 책을 읽거나 또는 주변에 살고 있는 동식물을 관찰하였다. 그의 이름은 바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이다. 그는 숲에서 인생의 가장 본질적인 사실들과 마주침으로써 배움을 얻으려 하였고, 죽음을 맞이했을 때 인생을 돌이켜보며 헛된 삶을 살았음을 후회하지 않으려 하였다. 삶은 소중했기에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던 소로우였다.

 

 


사회에 대한 시선


소로우는 글 전반에 걸쳐 세속적인 성공만을 추구하는 삶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사람들이 찬양하고 성공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삶은 단지 하나의 삶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부와 명성이다. 이러한 세속적인 명성을 찾기에 바빠서 현재의 인간들은 세상의 뭇 즐거움들을 내팽개치고 있다.

 

당시의 가련한 젊은이들은 농장, 창고, 가축 및 농기구들을 유산으로 받아 평생 흙의 노예로 지낸다. 이들은 넓은 토지와 밭, 더럽기 짝이 없는 외양간, 곡식창고를 끌고 가면서 힘든 인생의 길을 걷는다. 부질없는 근심과 과도한 노동에 몸과 마음을 빼앗긴 채 평생을 살아간다. 이 길이 성공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오늘날의 불쌍한 젊은이들은 어떤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쉴 새 없이 일을 하다가 녹초가 되어 퇴근한다. 눈 깜작할 새에 지나가는 주말을 보내자마자 정신없이 돌고 있는 일상 속으로 뛰어든다. 월급통장 안의 돈과 나는 스쳐 지나가는 운명일 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 길을 걸어야만 한다. 살아남기 위하여.

 

성공을 위해서든 살아남기 위해서든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은 일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 우리는 너무나도 철저하게 현재의 생활을 신봉하고 살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원의 중심에서 몇 개라도 지름을 그을 수 있듯이 길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이를 벗어던지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음을 소로우는 말한다. 물론 현대를 살아가는 나는 세속적인 성공을 벗어 던지고 ‘자발적 빈곤’에 동참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개인의 일과 생활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지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게다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살아간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이 세상의 뭇 즐거움들을 내 품 안에 안고 가고 싶다.

 

 

자연 묘사의 아름다움


이 책을 읽으면서 계절마다 변화하는 호수와 숲의 모습, 그리고 함께 어우러져 사는 동식물들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정말로 아름답고 유려한 문장으로 세세하게 묘사를 했기에 마치 내가 호수에서 함께 지켜보고 있는 생각이 절로 든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으니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내 집 위를 스쳐가는 바람은 산마루를 스쳐가는 그런 바람이었다.

그 바람은 지상의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음악 가락을,

아니 그보다는 지상의 음악 중 천상에 속하는 부분을 실어다주었다.

아침 바람은 끝없이 불며, 창조의 시는 중단되지 않는다.

러나 그것을 듣는 귀를 가진 사람은 드물다.

올림포스 산은 속세를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어디에나 있다.

- 122쪽 -



호수는 하나의 경관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표정이 풍부한 지형이다.

그것은 대지의 눈이다. 그 눈을 들여다보면서 사람은 자기 본성의 깊이를 잰다.

호숫가를 따라 자라는 나무들은 눈의 가장자리에 난 가냘픈 속눈썹이며, 

그 주위에 있는 우거진 숲과 낭떠러지들은 굵직한 눈썹이라고 할 수 있다.

- 268쪽 -



태양의 따스함이 정말 고맙게 느껴지는 가을의 어느 맑은 날에

언덕 위의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호수를 내려다보며,

물위에 비친 하늘과 나무들의 그림자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수면 위에

끊임없이 그려지는 동그라미 모양의 파문을 관찰하는 것은

마음이 무척 차분해지는 일이다.

 

(중략)

 

그것은 이 호수의 원천으로부터 물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모습같이 보이며,

호수가 살아서 그 생명이 부드럽게 고동치는 모습,

또는 호흡하느라 가슴이 부푸는 모습같이 보였다.

- 270쪽 -

 


참다운 인간과 삶?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소로우는 끊임없이 자문하고 대화를 나눈다. 이러한 과정들을 솔직하게 기록하는 모습 속에서 이미 소로우는 참다운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가 생각하는 해답이 모든 사람에게 들어맞는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찾은 해답을 위해서 거침없이 걸어가는 그의 모습을 본다면 인간 소로우에게 애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소로우는 말한다. “그대의 눈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 여태껏 발견 못하던 천 개의 지역을 찾아내리라. 그곳을 답사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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