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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소짓게 하는/교단일기

성장(15.10.26)

by 블라이스 2018. 4. 27.

성장

 


 

학예회 준비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또 한 녀석이 사고를 쳤다.

복도에 걸려있는 가렌더를 만지고 있는 한 여자아이와 다투게 된 것이다.

서로 놀림을 주고받다가, 자연스레 한 명이 도망가고, 또 그 뒤를 뒤쫓다가 잡히고, 그러다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잡고 업어치기를 한 것이다.


여자아이는 울고불고 난리가 나고, 반아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였다.

아직 남자아이도 흥분이 된 상태기에 둘을 떨어트려 놓았다.

다음 여자아이를 진정시키고 나서 둘 다 연구실로 보내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함이었다.

얽히고 설힌 마음을 추스리고 한 아이씩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하게 하였다.

단,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하였다.

​먼저 여자아이가 입을 열었고 여자아이의 입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단순히 그 녀석이 장난을 많이 쳐서 싫다고, 많이 혼냈으면 좋겠다고 말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삶에 대한 푸념이었다.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며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푸념.

가족들과의 삶 속에서 생긴 울화, 공부에 대한 부담감과 압박으로 인한 울화,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생활 속에서 쌓인 울화까지 모든 게 뒤섞여 터져 나온 푸념.

너무나 절실하게 말하기에 듣고 있던 남자아이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나도 슬픔 감정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이야기가 끝이 나자 남자아이에게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어보았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말한다.. 불쌍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겠다고 말한다.

여자아이도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한 걸음씩 성장을 한다.

 물론 까마득하게 잊고 몇 분 뒤엔 다시 아무렇지 않은듯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겠지.

 그래도 무엇인가가 아이들의 내면을 조금씩 두드릴것이고, 두드리다보면 언젠간 열리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 속 한 구석을 비추어주는 갸냘픈 손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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