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우체통
내 책상 위에 손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아마 아내가 우편함에서 가져다 놓았나 보다. 내게 편지가 올 리가 없기에 의아해하면서 '보낸 이'를 살펴보았다. 다름 아닌 '나'였다. 지난 1월에 들은 연수의 마지막 활동으로 <느린 우체통>을 하였는데 그 때 썼던 편지가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 3개월 뒤에 나에게 어떤 내용을 썼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서 다급하게 편지를 읽어보았다. 편지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Q1: 이 때 가장 이슈였던 1비트코인의 금액은 현재 10,000$ 내외, 한화로는 대략 천만 원. 지금의 가격은 어떠하니?
A: 현재 글을 쓰는 순간 1비트코인의 금액은 한화로 약 7,600,000원 대략 이백사십만원 정도가 떨어져 있다.
Q2: 1정 연수 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강의들을 많이 들었는데 현장에서 잘 활용하고 있니?
A: 올해는 예상치 못하게 담임이 아니라 체육 교과를 맡게 되면서 연수 동안에 들었던 좋은 아이디어들을 사용해 볼 기회가 없었다.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해야겠다.
Q3: 나만의 특색 있는 무언가를 시작했니?
A: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 가장 특색 있는 활동인 것 같다.
Q4: 운동과 독서, 기타 치기는 꾸준히 하고 있니?
A: 항상 신경 쓰고 노력 하고 있는데 사실 내 기대에는 조금 못 미치는 것 같다. 이 편지를 계기로 더욱 분발해야겠다.
Q5: 어쩌면 좋은 소식이 생겼을지도 모르는데 혹시 아기가 생겼니?
A: 아쉽게도 아직은 안 생겼어. 어서 빨리 생기면 좋겠다.
Q6: 아내가 여행에서 곧 돌아올 텐데 정말로 보고 싶다. 곁에 있는 아내에게 잘해주고, 사랑한다고 전해주길 바란다.
A:심쿵(!)
마지막으로 그 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하는 선택 하나하나에 의해 만들어진 사람일 텐데 만약 그 때의 내가 지금 바라는 모습이 아닌 나태한 사람이라면 깊이 반성을 했으면 좋겠어.
3개월 전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많은 메시지를 주었다.
분명 나 자신과의 대화인데 나는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다.
느린 우체통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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