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9 - [겨울, 밤, 비/The Great Book] - 소크라테스의 변명
2018/03/09 - [겨울, 밤, 비/The Great Book] - 크리톤
파이돈
'파이돈'은 소크라테스의 제자 중 한 사람으로 소크라테스가 죽은 다음 아테네를 떠나 고향으로 가는 도중 플리우스(지역이름)에 살던 '에케크라테스'를 만나게 된다. 에케크라테스는 소크라테스가 임종하는 순간의 모습, 태도, 말과 행동에 대하여 자세히 알기를 원하고 이를 파이돈에게 들려 달라고 부탁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선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다.
'사람은 자살을 해서는 안 되지만 철학자는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자살이 옳지 않은 이유는 인간은 신들의 소유물이어서 신이 부를 때까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학자가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모든 신체는 욕망, 쾌락을 맛 볼 때 영혼을 더럽히게 되는데 이는 철학자가 추구하는 진리와 지식의 획득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영혼이 육체로부터 해방되어야 참된 존재, 지혜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철학자는 진리를 획득하기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위 논제는 이해하지만, 제자들은 죽음을 맞이하여 영혼이 육체를 떠나면 있을 곳이 없어져서 바로 소멸하지 않는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다. 소크라테스는 죽은 뒤에도 영혼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주장을 펼친다.
첫째, 영혼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한다.
영혼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만약 어떤 사람에게 올바른 방식으로 질문한다면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옳은 대답을 찾아낸다. 이렇게 올바른 대답을 찾을 수 있는 요인은 두 가지 중 하나이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올바른 지식을 갖고 있어서 옳은 대답을 찾아내거나 또는 우리는 태어나기 전에 얻은 지식을 태어날 때에 상실하고, 그 후에는 감각을 사용하여 이전에 알고 있는 것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 중 소크라테스는 이전에 알고 있는 지식을 회복하는 것을 우리가 학습이라고 부르는 과정이라 일컫고 이를 지식의 상기(想起)라고 표현했다.
그러면 영혼은 인간의 형태를 취하기 이전부터 존재하여 지식을 얻지 않았을까? 이 세상에는 아름다움, 선 등 모든 것의 절대적 본질이 있고, 학습이란 이 본질과 우리들이 감각을 통해 발견한 것을 비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습은 '지식의 상기'라는 생각을 통해 영혼의 삶은 육체로부터 독립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영혼은 태어나기 이전부터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 살아있는 것은 죽은 것으로부터 태어난다.
모든 사물은 '선과 악', '정의와 부정'처럼 보편적인 반대 관계가 있고 반대되는 것으로부터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보편적인 반대 관계에는 항상 진행 되고 있는 두 가지 생성 과정이 있다. 예를 들어 보다 큰 것과 보다 작은 것이 있는 경우에는 증가와 감소라는 생성 과정이 있어 생장하는 것을 증가라 하고 쇠퇴하는 것을 감소라 부를 수가 있다. 즉, 반대물은 사실상 반대물로부터 나오고, 갑으로부터 을이 되는 변천 과정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다음 예시를 살펴보도록 하자.
잠자는 상태의 반대는 깨어 있는 상태이다. 잠자는 상태가 있어야 깨어 있는 상태가 생길 수 있고,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잠자는 상태가 생길 수 있다. 생성 과정은 하나는 잠드는 것이며, 또 하나는 깨어나는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죽음은 삶의 반대이다. 산 것으로부터 죽은 것이 생겨나는 것이다.
셋째, 영혼이 육체를 떠나면 소멸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아름다움이 있다. 첫째는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사람, 옷 등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두 번째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가장 이상적인 실재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사람, 옷 등에 대한 아름다움은 항상 변화하고 동일하지 않다. 그러나 절대적인 본질은 항상 동일하고 독립적이며 불변의 형태를 취한다.
우리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이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변화하지 않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간의 한 부분을 육체와 영혼으로 나눈다면 육체는 보이는 것, 영혼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육체와 영혼 중 더욱 절대적이고 불멸하는 것은 영혼이고, 가장 인간적이고 분해되며 변화하는 것이 신체이다. 이생에서 더럽혀지고 쾌락을 사랑한 영혼은 무겁고 세속적이어서 가시적인 세계를 떠돌 것이다. 반면 순수하고 지혜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한 영혼은 무형의 세계에 도달할 것이다. 이 영혼은 주어진 시간을 다 살려고 노력하고 죽은 다음에는 자기와 동질적인 것, 곧 자기와 비슷한 것이 있는 곳으로 가서 인간의 악으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랄 것이다. 이러한 추구를 해온 영혼이 육체를 떠날 때에는 바람에 날려 흩어져버려서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게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영혼이 육체를 떠나도 소멸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통해 소크라테스는 영혼의 불멸성을 주장하며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겨울, 밤, 비 > The Great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람(Enchiridion) (0) | 2018.06.03 |
---|---|
향연 (0) | 2018.05.30 |
이반 일리치의 죽음 (1) | 2018.04.28 |
크리톤 (0) | 2018.03.09 |
소크라테스의 변명 (0) | 2018.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