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선언
지금의 우리 사회는 표면적으로는 계급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체감하는 계급은 존재한다. 최근에 많은 사람들에게 이슈가 되었던 바로 수저계급론. 부모의 뒷받침이나 재산 수준에 의하여 결정되는 수저론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샀으며 자신에게 맞는 수저를 찾아보며 어떤 이에게는 안도감을, 어떤 이에게는 씁쓸함을 남기기도 했다.
오늘날의 우리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소득과 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높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물론 정상적인 방법)을 훌륭하게 바라본다. 자본주의가 태동한 이래로 현재까지 소수의 엘리트들이 대부분의 부를 움켜쥐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점차 확산되어 간다. 사회는 자유 민주주의의 기치 아래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합법적으로 보장해 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선천적인 능력의 차이, 세상에 태어나 경쟁에 뛰어드는 순간 출발점의 차이는 도저히 간극을 좁힐 수 없다. 이렇게 우리는 자본주의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즉, 보이지 않는 계급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다.
그렇다면 초기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봉건제에서 산업 자본주의로 넘어왔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당시 노동자들의 임금은 겨우 헐벗은 삶을 연명할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그들은 공장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단순한 부품 이상의 취급을 받지 못했다. 그들의 아내, 어린자식들까지도 산업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자본의 노예가 된다.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라는 두 계급 아래 서로에게 칼을 겨누며 지냈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도 사회에 대하여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바뀌기를 바라는데 200년 전 사람들에게 공산주의는 얼마나 아름다운 이상이었을까? 프롤레타리아 주도 하에 국가 체제를 만들고 부르주아의 자본을 빼앗아 모든 기술과 자본을 함께 소유 한다.사회의 전 구성원들이 적절한 계획을 세워 함께 생산하고 공정하게 분배하여 계급을 없애며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회라면 당시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꿈이자 이상이지 않았을까?
결국 공산주의는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실패하였다. 자본주의가 멸망할 것이라는 마르크스의 예언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당 선언』 곳곳에 제시된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들은 지금의 내가 읽어도 현재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들과 유사함이 확연히 느껴지고 현실 어디에선가 일어날 법한 일들을 잘 포착하고 있다. 『공산당 선언』을 단순히 실패한 정치 체제로 받아들여 사장되어야만 하는 문서라고 여기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그보다는 억압되어 있는 노동자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철저하게 사유하는, 즉 현실 자체에서 이념을 찾으려는 마르크스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느껴본다면 이 책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겨울, 밤, 비 > The Great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0) | 2018.06.25 |
---|---|
오이디푸스 왕 (0) | 2018.06.25 |
편람(Enchiridion) (0) | 2018.06.03 |
향연 (0) | 2018.05.30 |
파이돈 (0) | 2018.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