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함
아련한 뭉클함이 요즘들어 나를 자주 찾는다.
그 때에는 아무런 감정을 못 느끼고 시간이 흘러가는 모습만 지켜 봤었는데
이제야 그 선명했던 순간들이 내 머리를 스쳐간다.
노천 카페에 앉아 각양각색의 사람들 속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에 하루를 마무리 할 때...
버스 창가에 앉아 내리쬐는 한 줄기 햇살에
눈부심을 느끼며 늘어지게 하품할 때...
늦은 밤 그녀를 바래다주고
그녀가 먼 계단의 발치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 훈훈한 밤공기를 느끼며 달릴 때...
가을하늘을 가득 채운 선홍빛 노을을 바라보며
터벅터벅 정처없이 발걸음을 옮길 때...
우연히 들은 라디오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을 때...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소리
우산을 하염없이 두드리는 빗소리에
내 가슴이 두근거릴 때...
우연히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알고 있는 별자리가 눈에 띄일 때...
길가다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옛 동창이 내 앞에 있을 때...
짭조름한 바다내음에 취해
동해 바다를 드라이브 할 때...
여행가는 날 우리집 현관문을 나설 때...
처음으로 슬며시 손을 잡아 내 주머니 속에 넣을 때...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피식 웃는 나를 발견할 때...
'행복한 뭉클거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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