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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해부/끄적이다

전역(15,03,24)

by 블라이스 2018. 4. 4.

전역




2015. 03. 24


 

21개월간의 군복무가 끝이 났다.

속 시원한 후련함, 설렘, 그리고 심연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두려움..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들이 내게 뒤엉켜있다.. 전역의 감정을 멋지게 표현해 준 사람은 어디에 없을까?

 

그토록 기다려온 이 날인데 막상 닥치고 보니 그냥 담담하다..

637일 간 이 날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막상 도착하니 왜 이렇게 담담한지 내 자신을 알 수가 없다.

며칠,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면 어렴풋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군 생활을 하면서 내 나름대로 얻은 것들.. (별 것 아닐지도 모름)

 

첫째,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막연하게나마 발견


지금까지 수능을 치고, 교대에 들어가고, 초등임용을 합격하면서까지 쉴 새 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내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달리기만 했을 뿐이었다. 막상 열심히 달리고 보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사실 잘 몰랐다. 이런 막막한 순간에 어쩌면 군대는 내게 도움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달리는 나를 멈춰 세우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기에 말이다. 쉴 새 없이 많은 고민과 고민 사이에서 나 자신이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해야 될 지 알아가는 과정을 알려 주었기에 말이다. 꿈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것. 바로 내가 첫 번째로 얻은 것이다.


 

둘째, 독서의 즐거움을 깨달음


 군대에서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독서는 어떤 목적을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이 그저 즐겁고, 책이 내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것. 이것을 느꼈다는 것이 내게는 엄청난 행운이었다. 부수적으로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관과 관점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게다가 덤으로 지식까지 얻을 수 있었던 군생활에서의 독서. 내 나름대로 얻은 큰 소득이다.


 

셋째, 단점의 개선


  군대는 체계적인 명령과 지시 속에서 이루어지는 조직 사회이다. 이곳에서 융화되어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나의 좋은 점들을 발전시키고, 단점들을 차츰차츰 고쳐나갈 수 있었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수차례 맞닥뜨리면서 길러지는 침착성과 나보다 어린 사람들 밑에서 혼나고 꾸지람을 들으면서 자연스레 강화되는 나의 정신력, 한 조직사회 속에서의 살아가는 방법들(처세) 등등 내가 사회에서 얻지 못했던 능력들을 키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인상 깊게 얻은 것은 바로 리더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한 사건을 바라볼 때에도 병사들이 보는 관점과 간부들이 보는 관점, 그리고 장(長)이 보는 관점은 다르다. 여러 관점을 내 나름대로 수합하면서 분석해보면 늘 한 가지 결론이 나오곤 했다. 사건은 장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넓은 시야로 바라보면 밑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다. 이 점은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늘 가슴에 새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사회에서 벌 수 있는 돈과 나의 21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한 기회비용의 결과이다. 군대에서 어떻게 21개월을 지내느냐에 따라서 어쩌면 남자라는 동물은 한 단계 성숙을 거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자신이 하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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