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임
벚꽃이 만개한 어느 화창한 오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아이들은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지난 번 수학시간에 전개도에 대하여 2시간 공부를 했지만 내 수업이 미흡한 것 같아서
그리고 아이들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 같아서 한 차시 더 늘려 재구성을 했다.
전개도를 만들 수 있는 수학교구를 가지고 직접 조작해보고 살펴보는 활동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전개도에 대한 감을 익히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저번 수업보다 흥미를 가지고 활동에 참여했고 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의 활동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내 바로 앞에 앉은 두 명의 아이의 대화가 내 귓가로 자연스레 들려왔다.
그 날 따라 유난히 내 귓가에 잘 들려온 둘의 대화이다.
처음에는 일요일에 열릴 A의 생일파티 대화였다.
'누구를 초대할까?', '누구를 데려가도 되나?' 등의 평범한 이야기.
나는 마음속으로 아, 생일파티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넘어가려는 순간
다시 집중해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A : 와, 니는 좋겠다. 우리 집은 그런 거 절대 없다.
B : 우리 집은 가족끼리 화목하게 잘 지내는데.
A : 너희 집 진짜 부럽네. 우리는 여행도 잘 안간다.
B : 나 지난주에 캠핑 갔다왔는데 거기 스머프 마을이었다.
A : 와 ㅈㄴ 좋겠다.
그러면서 A는 자신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구체적으로는 적을 수 없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A가 평소에 불만이 많은 이유를, 욕설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를
내게 관심을 끌기 위해 과잉행동을 하는 이유를 불현듯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아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하는 게 올바른 행동일까?
또 고민을 해봐야겠다.
'나를 미소짓게 하는 > 교단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급토의(16.04.17) (0) | 2018.05.11 |
---|---|
보고 그리기(16.04.15) (0) | 2018.05.10 |
봄기운(16.03.13) (0) | 2018.05.08 |
새 학기(16.03.06) (0) | 2018.05.06 |
4학년 5반(16.02.12) (0) | 2018.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