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17.02.13) 작별 마침내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1년 동안 함께했던 아이들과 헤어지려니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다.나와 재작년에 함께 지냈던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와서 새로이 올해를 시작하기는 사실 쉽지 않았다. 나의 수업방식이나 생활지도도 몇 몇 아이들에게는 익숙하거니와 특히 3월초 학급분위기를 잡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탈하게 일 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이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날들과 추억도 많았고, 속앓이를 한 적도 많았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부족한 날 믿고 따라 와준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지금 나는 한 명, 한 명을 찬찬히 살펴보며 아이들의 얼굴을 찬찬히 그리고 또렷하게 새긴다.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5학년 3반의 마지막 하루이기 때문이다. 믿음직하고, 모.. 2018. 7. 22. 겨울방학 개학(17.01.23) 겨울방학 개학 한 달 간의 겨울방학도 무사히 보내고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잠시 못 본 한 달 새에도 키가 컸는지 낯설기도 하지만 하는 행동들을 보니 역시나 우리 반 아이들이다. 간만에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데도 머리도 안 감고 와서 붕 뜨거나 떡진 머리를 한 아이들도 있다. 은근슬쩍 다가가서 바빠도 머리는 감고 다니라고 말해 주기는 하는데 일 년이 지나도 고쳐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해마다 한 명쯤 생기기를 바라는 개학날을 모르고 등교하지 않는 아이도 있다. 9시가 다 되어가도 오지를 않으니 부랴부랴 전화를 해 보았다. 역시나 등교할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이렇게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개학날이다. 방학 동안 일반적인 과제(일기쓰기, EBS 시청)를 제외하.. 2018. 7. 22. 맥베스 맥베스 는 , , 과 더불어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 중의 한 작품이다. 희곡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가 마녀들에게 자신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아내와 함께 덩컨 왕을 죽이고 왕좌를 차지한다. 그는 폭력을 통해 얻어낸 왕관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악행들을 일삼으며 폭군이 된다. 결국, 맥더프에 의해 맥베스는 비참한 죽임을 당하며 연극은 끝이 난다. 깊은 배경지식 없이 를 읽은 나는 특별한 점을 느낄 수가 없었다. '한 인간이 욕망에 집착함으로써 여러 가지 비극적인 사건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에는 타락한 삶,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그러므로 분수를 넘는 과한 욕망을 조심하자.' 이러한 감상에 부족함을 느껴 더욱 많은 자료들을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이라는 인문학.. 2018. 7. 13. 군주론 군주론 리더는 예나 지금이나 힘들고 어렵다. 일을 추진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따르며 리더의 선택에 따라 조직의 생사가 판가름 난다. 큰 조직이건 작은 조직이건 리더는 분명 존재하고 지금도 많은 리더들은 무수한 고민을 하고 있다. 15세기 이탈리아에도 군주(리더)의 통치에 관한 지침을 제시하고 국가의 큰 그림을 그리는 사상가가 있었다. 그가 바로 마키아밸리, 『군주론』의 저자이다. 사실 『군주론』은 일종의 자기소개서이다. 당시 피렌체 정권을 잡은 메디치 가문에게 잘 보여 한자리라도 차지해보고자 군주에게 헌정한 책인데 결국 책으로 마음을 돌리지 못해 취직에는 실패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의 『군주론』은 많은 논란거리를 만들며 지금까지 읽히고 있다. 『군주론』은 군주국이.. 2018. 7. 12. Annoyed Annoyed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아슬아슬하게 시간이 흐른다.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조심스레 말을 내뱉는다.긴장감 해소를 위해 내뱉은 말은 오히려 뇌관을 건드린다.조금이라도 언짢게 들리는 말을 꼬투리 삼아 짜증을 낸다. 짜증을 내고 나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짜증을 낸 사람도, 짜증을 받은 사람도 모두 상처를 받는다. 내가 원하는 상황은 이게 아닌데사소한 이유로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걷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빈 공간이 다른 것들로 채워진다.가슴 한 구석에 상실감이 밀려온다.또 다른 자리에는 미안함과 죄책감도 같이 차오른다.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짜증은 미안함으로 번져만 간다.이 주체 못할 미안함이라는 감정을 해소하고 싶다. "짜증 낼만 한 상황이.. 2018. 7. 10. 카드만들기(16.12.24) 카드만들기 성탄절을 앞두고 마지막 시간에 아이들과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었다.창 밖에서는 눈이 내리다가 그치기를 반복하고,다른 반에서는 트리꾸미기도 한다고 저들끼리 소곤거린다.그러니 정말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이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어주고 싶어 캐럴을 틀어주었다.캐럴이 교실에 울려 퍼지자 아이들은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며 카드를 만든다.저마다 카드를 주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며 열심히 만드는데엉뚱하게도 자기 자신에게 쓰거나, 산타클로스에게 쓰는 아이들도 있었다.‘누구에게 쓴들 어떠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지.’라고 생각하며 마음껏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오늘은 특별하게 인사를 ‘메리 크리스마스~’로 하였다.아이들이 왠지 더 설레어 보인다.눈빛에도.. 2018. 7. 9. 일기(16.12.14) 일기 평소 아이들의 일기장을 검사하다가 예쁜 표현이 나오거나 진솔한 감정이 드러나는 일기가 있으면 옮겨 적어 놓는다. 몇 주가 지난 뒤에, 수업을 하다가 일찍 마쳐서 잠시 시간이 남을 때면 슬그머니 한글 문서창을 켠다. 그리곤 옮겨 놓았던 일기를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타이핑을 한다. 화면에 한 줄씩 나타나면 아이들은 어느새 집중해서 일기를 읽고 있다. 소리 내어 따라 읽는 아이들도 있고, 누가 쓴 일기인지 찾느라 분주한 아이들도 있다. 자신의 일기임을 직감한 아이들의 표정도 가지각색이다. 주변의 물건들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아이도 있는가 하면 당당하게 내 일기라고 밝히는 아이들도 있고 체념한 듯이 내 눈을 바라보는 아이도 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했는데 이제는 자기의 일기가 나오면 자랑스러운가 보다. .. 2018. 7. 6. 스포츠클럽대회 참가(16.12.07) 스포츠클럽대회 참가 학기말 평가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린 우리 반 아이들. 학교에 체육관이 없어서 흙먼지를 마시며 연습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데도 불평 없이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웠다. 시합 날이 가까워올수록 겉으론 내색하지 않아도 일기장 곳곳에서 그들의 걱정하는 마음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배드민턴 대회에 참가하였다. 사실 11월이 되어서 뒤늦게 부랴부랴 아이들을 모으고 대회에 참가한 턱에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한 다른 학교 학생들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과는 다소 아쉬웠지만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웃기면서도 기특하였다. 오늘의 경험도 너희들에게 값진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2018. 7. 5. 미워할 수 없는 아이들(16.11.09) 미워할 수 없는 아이들 미술 시간에 궁체 쓰기를 한창 하고 있던 우리 반 아이들. 작년에도 분명히 미술 시간에 했던 서예인데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모르는 게 많은지 쏟아지는 아이들 질문에 대답해주랴, 아이들의 활동을 살펴보랴, 게다가 종이를 나눠주기까지 해야 하니 숨 돌릴 틈새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그때였다. 교실 저편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나더니 잠시 뒤에 회장이 다가와서 "선생님 먹물 쏟았습니다." 먹물 쏟는 일이야 서예 시간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지레짐작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슬그머니 걱정이 들어 혹시나 싶어서 살펴봤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 일이 아니었다. 일의 전말은 앞자리에 앉은 아이 한 명이 벼루를 들었는데 그만 먹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뒷자리에 앉은 회장의 가방, 옷, 걸어놓은.. 2018. 7. 2. 신약성서(마태복음) 신약성서(마태복음) 인류의 삶 속에서 얽히고설켜 이 순간 어딘가 에서도 우리의 곁에서 함께 숨 쉬고 있는 것은 바로 '종교'이다. 신비하고 광활한 자연의 위대함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미래 속에서 싹이 트기 시작한 씨앗이 어느새 인류의 삶 속에 뿌리내렸고 사회가 복잡해지고, 문화가 발달하면서 점차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종교란 참으로 오묘하다. 종교로 인하여 사람들은 힘든 삶에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을 때에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약이 되기도 한다.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삶의 방향을 종교로 인해 찾을 지도 모른다. 반면에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씨앗이 되기도 하고 나아가 평화를 염원하는데 도움을 줘야하는 종교가 오히려 전쟁의 도구로.. 2018. 7. 1. 이전 1 2 3 4 5 6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