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변화의 한걸음을 떼기 위한 첫 날.
아이들에게 내가 변화하고 싶은 모습도 이야기하고, 나의 속마음도 털어놓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아직 아이들에게 전해주지 못한 많은 생각들이 있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 문득 돌이켜 보았을 때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려와 달리 다행히도 나의 모습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주던 녀석들이 있기에 희망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1교시(체육 시간)를 마치고 첫 걸음부터 휘청대고 말았다. 바로 아이스크림 때문이다. 평소에 나는 아이들에게 허물없이 대하는 편이다. 나의 성격상 편하고 부드러운 태도가 잘 맞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한걸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끔씩 오늘 같은 날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날도 있는 법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뜨거운 날씨에 아이들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아이스크림 사주세요.”라고 노래를 부를까? 그러나 정도를 넘어서는 몇 몇 아이들과 제기를 사람들에게 던지려고 하는 아이들 때문에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교실에 올라가서 아이들에게 어떤 잘못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하였다. 점점 무거워지고 차가워지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나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평소에 잘 화를 내지 않는 나이기에 더 무서웠던 것일까? 20여분 동안 훈계를 늘어놓고 나서야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이런 나의 마음을 녀석들은 알아주려나? 선생님의 마음 씀씀이가 아이들이 누리는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혼이 나고 나서도 처음엔 쭈뼛쭈뼛 거리다가 하나 둘씩 나에게로 다가오고 다시 어느새 명랑한 분위기를 회복한다. 역시 아이들은 금방 잊어버리는 것일까?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행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허무하기도 하다. 또 이렇게 하루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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