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해부46 전역(15,03,24) 전역 2015. 03. 24 21개월간의 군복무가 끝이 났다.속 시원한 후련함, 설렘, 그리고 심연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두려움..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들이 내게 뒤엉켜있다.. 전역의 감정을 멋지게 표현해 준 사람은 어디에 없을까? 그토록 기다려온 이 날인데 막상 닥치고 보니 그냥 담담하다..637일 간 이 날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막상 도착하니 왜 이렇게 담담한지 내 자신을 알 수가 없다.며칠,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면 어렴풋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군 생활을 하면서 내 나름대로 얻은 것들.. (별 것 아닐지도 모름) 첫째,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막연하게나마 발견 지금까지 수능을 치고, 교대에 들어가고, 초등임용을 합격하면서까지 쉴 새 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내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도.. 2018. 4. 4. 만년필(15,03,15) 만년필 예전에 선물 받은 만년필을 드디어 봉인해제 하였다.그 전까지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오랜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어혹여나 상하지 않을까, 잉크가 마르면 어떻게 해야할까 망설여 지는 바람에차마 사용할 수가 없었고 이전의 선물받은 만년필의 악몽을 떠올리며 고이 보관해 두었었다. 캡을 열 때의 딸각거림과 종이를 스치는 만년필의 사각거림,잉크가 또르르 새어나올 때의 느낌, 쓸 때의 감촉...다른 필기구에선 찾아볼 수 없는 그만의 느낌을 확연히 풍긴다.대부분의 사람들이 만년필을 사용하면서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점은'나만의 필기감'과 '멋스러움'이 아닐까 싶다.만년필을 꾸준히 사용하게 되면 사용자의 필압에 맞게 펜촉이 조금씩 마모가 되고펜촉이 길들여지면서 '나만의 만년필.. 2018. 4. 4. 뭉클함 뭉클함 아련한 뭉클함이 요즘들어 나를 자주 찾는다.그 때에는 아무런 감정을 못 느끼고 시간이 흘러가는 모습만 지켜 봤었는데이제야 그 선명했던 순간들이 내 머리를 스쳐간다. 노천 카페에 앉아 각양각색의 사람들 속에서시원한 맥주 한 잔에 하루를 마무리 할 때... 버스 창가에 앉아 내리쬐는 한 줄기 햇살에눈부심을 느끼며 늘어지게 하품할 때... 늦은 밤 그녀를 바래다주고 그녀가 먼 계단의 발치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 훈훈한 밤공기를 느끼며 달릴 때... 가을하늘을 가득 채운 선홍빛 노을을 바라보며터벅터벅 정처없이 발걸음을 옮길 때... 우연히 들은 라디오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을 때...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소리우산을 하염없이 두드리는.. 2018. 4. 3. 꿈 꿈 누군가 내게 나의 꿈을 묻는다. "자네는 꿈이 무엇인가?" 그 꿈을 말하려는데 순간 온 몸에 전율이 돋았다.내가 내꿈을 말 할 때 이렇게 설레었던 적이 있었는가?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그 때 근처에 80여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괜히 옆사람을 의식하게 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담담히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그 순간이 너무나 좋아서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다부지게 말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숨을 쉴 수 없을만큼 좋아서 그럴 수가 없었다. 물론 그 사람들에겐 내 꿈이 와닿지 않을지도 모른다.그러나 꿈이란 것은 이렇게나 소중한가보다. 나의 꿈은 내 인생의 나침반과 같이 불확실한 앞을 걸을 수 있게 도와준다. 명확한 목적지도, 구체적인 경로도 없지만 나침.. 2018. 4. 3. 나는 누구일까? 나는 누구일까?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왔고, 나 또한 잊을만하면 생각나는 질문이다. 나는 선생님이다. 나는 남편이다. 등의 직위나 직업을 표현하는 말들도 나를 설명할 순 없다. 내가 군복무를 하다가 전역을 하게 된다면 나는 군인이 아니고, 내가 선생님을 그만두는 순간 나는 선생님이 아니듯이 옷을 벗어던지는 순간 나 자신을 설명할 수 없다. 나는 배고프다. 나는 졸리다. 등의 나의 상태를 표현하는 말들로도 나 자신을 설명할 순 없다. 배가 고픈 사람이 나인데 배고픔이 충족되면 나는 누구일까? 수면욕을 충족시킨 후의 나는 누구일까? 이러한 상태로도 나 자신을 설명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말은 나 자신을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행복하다. 나는 슬프다. 이 또한 나를 설명할 순 .. 2018. 3. 27. 몰입 몰입(2014.11.07) 글쓰기 요즘은 많은 글들을 컴퓨터로 작성한다. 컴퓨터와 가까워질수록 손으로 글씨를 쓰는 기회가 줄어드는데 점차 타이핑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글씨를 쓰는 것이 예전보다 영 서툴러졌다. 요즘에는 일부러 손으로 글 쓸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일기도 일기장에 쓰고, 편지도 편지지에 정성들여 쓰고, 내 생각들을 수첩에 끄적거리기도 하면서 글씨를 쓰는 기회를 늘려나가고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글을 잘 쓰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글을 직접 쓸 때에는 답답한 감정이 치밀어 오를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내 글씨체도 볼품이 없어 마음에 들지 않을뿐더러 똑같은 행위를 반복해야하니 성미가 급한 나로써는 미칠 지경이었다. 깨달음 오늘은 신기한.. 2018. 3. 27. 경청 경청 주변을 둘러보면 말을 유달리 잘하는 사람들이 한둘은 있다. 순식간에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왠지 저 사람이 말하면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것만 같다. 어찌나 말을 맛깔나게 하는지 허리춤 어딘가에 이야깃주머니를 차고 있는 게 아닌지 살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목을 끌지 않는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사람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내가 말하면무덤덤한 이야기가 이 사람들의 손에 쥐어지면 흥미진진한이야기로 바뀐다. 찰나를 잘 포착해서 느낌을 잘 살려재미있는 이야기로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감탄을 넘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도 한 번 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은 마음에이런 저런 온갖 이야기를 해본다. 어딘가에서 들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내가 경험했던 황당한 이야기이런 저런 가십 거.. 2018. 3. 26. 분노 다스리기 분노 다스리기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악이 아니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악일세." - 『연금술사』 中 -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면서 살다보면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라고 외치고 있는데 어느새 상대방을 울컥하게 만들거나,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 버린 적이 이따금 있다. 그 순간만큼은 통쾌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 별 일이 아닌데, 조금만 더 참을걸.' '아.. 이제 그 사람 얼굴 다시 어떻게 보지?' '사과해야 하는데 언제, 어떻게 말하지?' 내가 성질이 담대하지 못한 탓인지 사과 할 때는 붙임성 있게 하지 못한다. 사과 잘하는 방법을 찾든지, 분노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세네카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분노에서 .. 2018. 3. 21. 독서삼여 독서삼여 독서삼여(讀書三餘)라는 말이 있다. 독서하기에 가장 좋은 때인 밤, 겨울 그리고 비 올 때를 일컫는 말이다. 즉, 선인들은 틈날 때 마다 책을 벗 삼았던 것이다. 군 입대를 하고나서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책을 손에서 거의 놓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16개월의 시간 동안 180여권의 책을 읽었으니 매달 10권 이상의 책을 꾸준히 읽은 셈이다. 전역할 때까지 매달 10권을 잡고 210권의 책을 읽기로 이등병 때 목표를 삼았었는데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목표를 좀 더 높이 끌어올려 250여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수정해도 될 것 같다. 물론 한 분야의 책만을 고집하지 않으려 노력한 결과, 다방면의 책들을 마음껏 접할 수가 있었다. 6개월만 적어도 아니 3개월만 꾸준히 한 가지 습관을 지속시킨다면 일.. 2018. 3. 21. 달가닥거리는 어느 날 달가닥거리는 어느 날 저 언덕도로에서부터 기분 좋은 햇살을 머금은 채로 달달거리며 내려오는 소리가 또 들려온다. 늘 같은 시간 마다 들려오는 정겨운 소리. 빨간색 오토바이가 달가닥거리며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 괜히 설렌다. 누군가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그리운 사람의 소식을 전해줄 편지를 가지고, 준비한 사람의 마음이 따듯하게 묻어있는 소포를 실은 채 우체부 아저씨는 함박미소를 머금으며 내려온다. "아따.. 고생이 많구먼. 오늘은 왜 이렇게 짐이 많노?" 무심한 듯 툭 던지는 한마디에 괜스레 웃음이 난다. 지금까지 모인 수많은 편지들을 드리고, 주섬주섬 편지와 소포를 챙겨들고 나는 소심하게 한마디 전한다. "감사합니다." 다시 먼지를 흩날리며 경사도가 높은 언덕배기 도로를 올라가시는 아저씨, 행여나 .. 2018. 3. 5. 이전 1 2 3 4 5 다음